[명실상부 세계 최고 교향악단인 예게스너 필하모닉이 2년 만에 돌아옵니다. 이번 공연 역시 동양인 최초로 예게스너의 지휘봉을 잡은 주 반이 지휘하며, 5년 만에 복귀하는 피아니스트 사현과의 협연이 예정되어 있어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퍼져버린 낡은 1톤 트럭의 라디오에서 지직거리며 클래식 뉴스가 흘러나왔다. 
강렬한 햇빛 아래 어떻게든 트럭을 고치려고 애쓰던 건은 들고 있던 공구를 바닥에 내던지곤 담배를 입에 물었다.
피아니스트 사현이라.
예게스너 필하모닉은 관심없었지만 피아니스트 사현은 그에게 특별했다. 
어린 시절부터 완벽에 가까운 기예와 기계적일 만큼 정확한 감정선을 표출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재능을 얻었다는 천재. 
건에게 사현은 동경의 대상이자 롤모델이며 우상이었다. 어린 시절, 국내 콩쿨에서 그의 연주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기억은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날처럼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감히 질투조차 나지 않는 경이로운 연주였다. 건반 위를 굴러가는 그의 손가락과 그의 손가락이 건반을 두드리며 내는 소리가 너무도 신성해서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했었다. 
트럭 바퀴에 기댄 채 핸드폰으로 티켓팅 일자와 가격을 검색하던 건은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내려놨다.
내 주제에 무슨.
제일 싼 티켓 가격이 그의 하루 일당이었다. 운 좋으면 하루 일당으로 충당되는 금액이었지만, 요즘같이 일주일에 한두 번 조율이 있을락말락한때엔 귀한 일주일 식비를 티켓 가격으로 날릴 수 없었다.
[오빠. 엄마 이번 달 병원비 부족할 것 같아. 돈 좀 더 보내줄 수 있어? 나 알바 벌써 3개라 더 늘릴 수가 없네.]
건은 며칠 전 받은 동생의 전화가 떠올렸다. 반지하 월세방에서 라면을 먹던 중 받은 전화였다. 
가난과 절망에 익숙해져 지쳐버린 동생의 목소리, 초라한 밥상 위에 불어 터진 라면과 시어빠진 김치, 그리고 장맛비에 쿰쿰하니 올라오던 하수구와 곰팡이 냄새가 그의 현실이었다. 
클래식 공연을 볼 사치 따윈 내 인생에 있을 리가. 나중에 유튜브로 뜨면 그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