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흔히들 말한다. 내 집 하나 있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아주 진심으로.

그리고 그 결과.

“레온하르트 경! 저희가 구하러 왔습니다!”

지금 내 집 앞에는 성기사단이 도열해 있었다. 성스러운 방패와 마법진이 번쩍이는 가운데, 교황이 직접 성호를 그으며 외쳤다.

“사특한 귀신에게 붙잡힌 성기사단장 레온하르트를 구출하라!”

이봐요. 사특이라니요! 당신들이 말하는 그 성기사단장은 저기 있거든요?

나는 억울한 눈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저택 담장 위에 앉아 사과를 깎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윤기가 흐르는 백은발을 쓸어 넘기며, 레온하르트는 사과 조각을 입에 넣고, 시큰둥하게 고개를 들었다.

"구출은 무슨. 누가 해달랬나."

레온하르트는 세상 귀찮은 얼굴로 기지개를 켰다.

"교황 성하. 남의 저택에 이리 막무가내로 들이닥치시는 건 주거침입죄에 해당합니다. 잘 아실만 한 분께서, 참."

레온하르트는 길게 뻗은 눈매를 사르르 접었다. 

예의 바른 말투. 조신한 미소에 순간 모두가 홀릴 뻔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주거침입죄? 그걸 지금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아?

어이가 없는 건 교황 역시 마찬가지 인 듯했다.

“레온하르트! 그대는 성기사단장이야. 사특한 것들을 처단하는 그대의 본분을 잊지 말게!”

"본분은 무슨. 사직서를 낸 지가 언제인데."

레온하르트의 심드렁한 대꾸에 교황의 어깨가 움찔했다.

"나, 나는 자네의 퇴임을 허락한 적이 없네!"

"성하."

교황이 눈을 부릅떴다.

레온하르트는 그 시선을 무시하며 천천히 담벼락에서 내려왔다.

"사직서를 안 받아주신다고, 제가 안 때려치우는 건 아닙니다."

"저, 저-!"

교황이 뒷목을 잡았다. 안 그래도 노쇠해 보이는데, 쓰러지기라도 할까봐 조마조마하다. 

노인 공경의 유교 마인드가 튀어나온 나는 사이에 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레온하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