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가 돌아갔다.
익숙한 기계음이 천천히 울리면서, 무언가 가슴 안쪽을 건드렸다.

매캐한 잉크 냄새.
종이 위에 익숙한 이름이 내려앉았다.

‘K대학교.’

오래 바라보던 이름이었다.
자랑이어야 했을 그 단어가, 지금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손이 조용히 가슴을 덮었다.
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가가 안쪽에서, 아주 작게 부서지고 있었다.

눈길은 바닥에 떨어졌다.
먼지 한 점이 책상 아래를 떠돌았다.
가볍고, 방향도 없이.
그 부유함이, 왠지 닿을 듯했다.

누군가 어깨를 세게 문질렀다.

"이야, 학생. 공부 열심히 했나 봐?"

낯선 목소리.
놀란 몸이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하윤은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켜쥐듯 감쌌다.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란 걸 머리는 아는데, 몸은 그걸 따르지 못했다.
잠깐 스쳐 간 따뜻한 손길이 어깨에 스며들어, 사라지지 않는 온기가 되었다.

손을 마우스 위에 얹자, 손끝이 눈에 띄게 떨렸다.
딸깍 소리가 조용하던 도서관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화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심장 박동은 선명했다.

프린터가 다시 기계적인 소리를 냈다.

‘등록 확인서’
‘휴학 안내서’

활자들이 뿌옇게 흔들렸다.
하윤은 내용을 읽지도 못한 채 종이를 잡아챘다.
브라우저 창을 닫고, 얼핏 주변을 훑었다.

출력물을 움켜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종이가 손바닥에서 구겨지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몸을 웅크리듯 일어섰다.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시선을 들지 못하고 곧장 책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만 같아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빈 책상 앞에 가방을 내려두고, 종이를 L자 파일에 밀어 넣었다.
종이 사이에 손가락이 걸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긁었다.
가슴 안쪽이 조용히 식어갔다.
무언가 조여 있던 게 아주 천천히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숨을 내쉬었다는 감각조차 없었는데, 속이 조금 비워졌다.

가방 속에서 물통을 꺼냈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