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熱氣)가 싫다. 대도시의 밤은 계절과 무관하게 묘한 열기를 품고 있는데, 특히 여름이면 늘 풍겨오는 습기를 머금은 하수구 냄새, 127은 그걸 몹시도 싫어했다. 그래서 여름밤에는 어지간해서는 ‘일’을 맡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과 함께 몸에 달라붙는 밤의 냄새가 자신의 자리를 알려주는 것 같아 불쾌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일’은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지령이 떨어졌다. 두 달째 묵고 있는 낡은 빌라로 배달되어 온 빨간색의 색스럽기 짝이 없는, 유치하게도 노골적인 홀복을 손에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정말 싫었지만, 기계처럼 환복했다. 감정은 필요 없다. 깔끔하게 잘 해내면, 최소한 지금처럼 몸빵이 아니라 마크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총기 사용인 불법인 한국에서 저격을 주로 담당하는 ‘마크맨’으로 이루어진 저격조는 꿀 빠는 인생 들이었으니. 올해가 가기 전에 저격조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 최소 서른까지는 살아 숨 쉬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이 이뤄질 것이다.

나가야지. 나가서 실적 채워야지. 127은 사타구니 바로 아래 홀스터를 두르고 칼집에 눈 튀어나오도록 비싼 O.T.F 나이프를 꽂으며 중얼거렸다.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살에 밀착된 나이프의 손잡이가 오래도록 차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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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미자 인지 아닌지 아리까리한 5명의 여자들과 함께 올라탄 승합차 안은 구역질 나는 밤꽃 냄새와 담배 쩐내가 뒤섞인 지옥의 향으로 가득차 있었다. 시체 썩는 냄새가 풍겨도 밥만 잘 넘긴다 자부했던 여자는 문득 세상은 넓고 자신의 굉장한 비위에도 한계는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구역질을 참기 위해,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켜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싸구려 승합차는 출발과 동시에 몹시 흔들리기까지 한다. 숙소를 나오기 직전, 욱여넣었던 삼각김밥이 속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여자가 아무렇지 않은 척 얼룩덜룩한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뒷좌석에 여자들을 구겨 넣은 문신 돼지가 새로 온 여자를 향해 주둥이를 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