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거가 되는 소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상에 주의 해주시길 바랍니다.

01. 학교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이 청명하게 맑았다. 그리고 그런 하늘을 도화지로 삼은 듯, 여러 개의 구름은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하늘을 유영하듯 떠있었다. 환하게 비치는 햇살이 따뜻해서 태경은 깍지 낀 손으로 제 머리를 받치고 길게 쭉 뻗어 누워서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주 긴 장신의 태경이 누워도 한참이나 남는 아주 큰 옥상이었다. 누군가 태경을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옥상에 누군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종종 수업 시간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때면 태경은 보건실을 핑계로 옥상에 올라오곤 했다. 아마 선생님들도 이런 태경의 작은 일탈 쯤은 진작부터 알고 있을테지만 일부러 알고도 모른체 하는 것이 분명했다. 번듯한 기업의 자녀로, 3남 중 막내인 태경 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들 모두 유명한 졸업생이기 때문이었다. 

 태경은 고등학교 입학을 할 때부터 그들의 동생임을 증명하듯, 외모 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마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일 학년 때부터 성적으로 전교에서 일등을 하는 것은 당연 했으며, 이미 태경을 알고 있는 선생님들의 호의가 더해져서 학급을 이끄는 임원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세 형제 모두 비슷한 느낌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태경은 그 중에서도 키가 가장 컸고 어깨가 넓어서 누가 봐도 신체적으로 우월한 느낌을 주었다. 적당히 큰 눈과 높은 콧대 그리고 얇은 입술은 태경 뿐만 아니라 형들 모두 가지고 있는 유전적 특혜이기도 했다. 특히 태경만이 가지고 있는 검푸른 색의 머리 색은 햇빛에 비칠 때마다 오묘한 느낌을 들게했다. 딱 봐도 튀는 외모 덕분인지, 아니면 형들과 여러 면에서 판박이인 모습 때문인지 태경이 우성 알파인 것쯤은 스스로 티내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모두가 알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태경은 자신의 힘을 들이지 않고도 아주 쉽게 학교에서 가장 우위의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학교는 말 그대로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