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의 잔상
2. 재회
3. 제 발로
4. 그 마을
5. 운명
1.기억의 잔상

숨 막히는 어둠 속, 연우는 숨을 죽였다.
강제로 꿀린 무릎 탓에 피가 통하지 않는 발에는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등 뒤로 포박된 손은 아무리 비틀어도 꼼짝하지 않았다.
옆에는 어머니 이정화, 아버지 지인완이 연우와 같은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다만 지인완의 경우 목에 서슬 퍼런 칼날이 대어 있다는 점이 달랐다.
칼날을 쥐고 있는 건 문형근. 지인완의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
금방이라도 목을 훅 그어버릴 듯, 한 손엔 칼을, 다른 한 손엔 인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던 형근이 별안간 인완을 거칠게 내팽개쳤다.
“컥, 커억……!”
바닥에 엎드린 채로 인완이 고통스러운 기침을 연거푸 내뱉었다.
"문겸. 이리 와봐."
그런 인완을 내려다보며 문형근이 허공에 대고 손짓했다. 그러자 일가족 셋을 둘러싼 장정들 중 가장 반반하게 생긴 사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말간 얼굴에 쭉 뻗은 턱선, 그리고 시원시원하게 새겨진 이목구비는 누가 봐도 감탄을 자아낼 만한 외모였다. 지나가다가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들 법한 얼굴이랄까.
다만 그의 몸만큼은 얼굴과 거리가 멀었다. 주변 사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와 너른 등, 팔뚝까지 걷은 소매 아래로 보이는 성난 전완근과 그 위에 아름답게 돋아난 핏줄. 그리고 셔츠 아래로 자연스레 보이는 가슴과 어깨 근육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네 자격을 시험해볼 거야."
“어떤 자격을 말씀하시는 건지.”
“네가 내 뒤를 이을 만한 그릇인지 말이야.”
칼을 거꾸로 돌려 칼날을 잡은 형근이 겸에게 칼 손잡이 쪽을 내밀었다. 겸은 문형근이 건넨 칼을 앞뒤로 뒤집어 살폈다.
흔하디흔한 산악용 나이프였다. 날카롭게 갈린 칼날은, 천장에 달린 옅은 전구 빛을 받아 번쩍 빛났다.
“네가 요즘 이 집 계집애랑 놀아난다지?”
형근이 연우의 뒤에 섰다. 그가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손에 휘감아 뒤로 잡아당기니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