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의 입술엔 표정이 있다. 

입 주변에 도도록이 자리한 붉고 선명한 살은 그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처음인가?”

신중해야 한다. 

처음은 시장 가판대에서 파는 질그릇처럼 싸구려여서도 안 되고, 박물관 유리 케이스에 갇힌 값비싼 백자여서도 안 된다. 순결은 그런 것이다.

사선으로 기운 시선이 희래의 깊은 고뇌를 드러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무구한 간절함이 응축된 천체다. 

그에게 처음이고 싶었다. 아니, 처음을 주고 싶었다. 비록 나는 아닐지라도 은희래, 이 여자는 처음이니까.

오늘로써 235일째다. 
끝인 줄 알았던 삶이 다시 시작된 지. 

내 이름은 온이레. 서른두 살 봄, 아이를 임신한 채 죽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났다. 스물다섯 살의 은희래로, 그녀는 국내 20대 건설사 중 하나인 태은 건설 사장의 딸이다. 영문도 모르고 은희래가 된 나는 삼 개월 전 서한 그룹 3세인 서지우와 결혼했다. 

그는 이 결혼의 종말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희래가 실금이 간 얼굴을 정돈하며 답했다.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봐요.”

운전석에 기대 심드렁한 눈길로 희래를 응시하던 지우가 허탈하게 웃었다. 차에서 내린 그는 주차요원에게 키를 맡기고 호텔로 들어섰다. 그가 리셉션에서 예약을 확인하는 동안 희래는 길을 잃은 듯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엘리베이터 앞에 선 두 사람을 훔쳐보는 시선들이 뒤통수를 찔렀다. 보통은 남자 뒤에 여자가 서거나 나란히 있기 마련인데, 이 둘은 뭔가 달랐다. 희래가 앞에 서고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지우가 한숨을 연기처럼 뿜어댔으니까.

낯선 남녀가 호텔 룸에 들어가도 사정이 뻔하다. 부부라면 약약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이벤트쯤으로 치부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불가해한 관계로 얽힌 서지우와 은희래에겐 이마저도 일생일대의 내기로 얻은 귀한 성과였다.

내기에서 이긴 희래의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내 소원은….”

말 줄이는 시간이 길어지자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