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에어컨이 틀어진 실내가 유독 후텁지근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정신이 팽팽 돌 정도로 바쁜 일상과, 시끄러운 소음이 더해지면 유독 그날은 에어컨 온도를 아무리 내려도 열기가 가시지 않는다.
오늘 역시, 그런 날이었다.

“여름 쌤, 미예약 왔어요. 초진이고, 진드기 물렸대요.”
“네, 제가 볼게요.”

순식간에 밀려드는 온갖 것들을 겨우 쳐내고 겨우 한숨 돌리려는 찰나였다.
진료실 문을 작게 두드린 뒤 들어온 직원의 한마디에 여름의 휴식은 끝이 났다.

“잠깐도 쉬게 두지를 않네.”

한 손으로는 뻐근한 목을 주무르고, 또 반대 손으로는 마우스 휠을 돌렸다.
차트 빼곡히 적힌 다양한 이름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이름.

‘강철이’

저도 모르게 입술 끝에 미소가 걸렸다.
흔하고, 익숙한 이름에 보호자의 성이 찰떡같이 어울리는 같은 이름의 다른 강아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알고 있대도 다시 볼 수 없는 이름이었지만.

“철이 보호, 아. 잠시만요. 죄송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평소였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핸드폰의 진동이 유난히 신경 쓰였던 것은 어쩌면 불길한 예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유난히 덥던 날, 울리지 말아야 했을 전화.
그리고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불안한 예감.

“여보세요.”
- 여보세요? 한여름 핸드폰 맞죠? 너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냐?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답지 않게 달달 떨리고 있었다.

“최승준?”
- 어, 그래. 알아봐 줘서 고맙고, 잠깐 통화되냐. 급한 일인데.
“좀 바쁘긴 한데, 말해도 돼. 전화 1분 못 할 정도는 아니니까.”

여름의 손은 여전히 진료실의 문을 붙잡고 있는 채였다.
핸드폰 속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혹시나 하는 불길한 예감을 멋대로 잠재우며 별일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 너한테 할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뜸을 들여. 사람 불안하게….”
- 예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