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어지러워…’

뇌가 흔들린다는 말이 이런 건가. 급하게 마시긴 했지만 평소에 마시던 양에 비하여 귀여울 정도로 찔끔 마신 거 같은데. 난생처음 겪는 울렁거림과 두통에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느낌이었다. 한때는 여의도 말술로 유명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몸 생각해야겠다. 애인도 없고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가진 거라곤 알량한 몸뚱이 하나밖에 없으니.

“아읏, 흑.”

젠장! 이건 또 뭐지.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오게 분명한 이 요상한 소리는.
 
우현은 자꾸만 내리감기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눈에 초점을 맞춰나갔다. 위아래로 거칠게 흔들리는 중에 점차 형태를 잡아가는 흐릿한 얼굴이 보였다.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까맣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남자는 살짝 찡그린 채 우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더라. 이런 얼굴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데…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리운 사람을 만난 거 같은 이 느낌은 뭐지.’

“후…, 정신 차리고 집중해, 한여준.”
“으…읏.”

한여준? 내 이름은 서우현인데. 자신을 흔들어대는 남자에게 그만 좀 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라고는 신음밖에 없어서 짜증이 났다.

빙판길에 미끄러진 것까지는 기억난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택시 잡으러 뛰어가다가 뒤로 넘어지고는…, 혹시 병원인가? 정신이 혼미한 게 마취 중일지도. 작년에 내시경을 받을 때 딱 이랬던 거 같은데. 

“하윽!”

순간 온몸을 관통하는 저릿한 열감에 숨이 멎었다. 흐릿한 의식을 뚫고 한 무더기의 불꽃이 우현의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다. 설마 죽기 직전의 오르가슴, 뭐 그런 건가. 벌써 죽은 건 아니겠지? 그러기엔 음… 기분이 너무 좋다.

눈을 감고 혈관을 따라 퍼지는 감각에 집중했다.

“숨 쉬어.”
“으… 하아.”

툭툭, 뺨을 건드리는 무심한 손길에 얕은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천사? 의사? 뭐가 됐든 거참 잘 생겼네. 쌍꺼풀 없이 긴 눈과 오뚝한 콧날, 적당히 도톰한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