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아, 그 나라 해(晐)국에 대해서 들어보았나. 
천자(天子)가 어느 날 지상으로 원족을 나와볼세
아 이곳 참 해(日)가 두루 살피어 땅이 기름지고 비옥하야 
내 이곳에 터잡으면 그만이겠구나 하여, 나라를 세우니 그 이름 해였다고 한다. 
대대손손 훌륭한 선왕들 모두 그 뜻을 잊지 덕숭(德崇하)며 애민(愛民)하니
이 땅에 모든 홍복과 영광 있으리-. 

어허 통재라. 아니 그런데 어찌 이런단 말인가.
포악하기 그지없는 저 홍(訌)놈들이 우리 가여운 
공주마마 볼모로 잡아가 박대 천대를 하더니 
견자(犬子)놈은 모국(母國) 짓밟은 패륜을 저질렀네. 
다들 조심하여라. 그자는 귀신 눈깔을 가졌다는구나. 
그 귀의 손에 홍혈(紅血)이 마를 날이 없구나. 
어미와 백성 눈에 홍루(紅淚)가 폭포처럼 흐르는구나. 
그리하여 우리 공주마마 눈감아 버리셨는가. 

어허 통재라. 제 어미 죽인 그놈이 여전히 악귀처럼 날뛰어 
이제는 제 피붙이와 충신들까지 베어버리고 
또다시 다른 나라까지 홍해(紅海)로 만들려 하는구나.」

어젯밤 궐문 앞에 붙었던 흉서. 황제는 그 내용을 천천히 읽어내리며 맞은 편의 남자를 보았다. 포승줄에 묶인 채로 무릎 꿇려진 이의 몸엔 고초의 흔적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눈빛만은 여전히 꺾이지 않은 채였다.

“그대가 쓴 글이 맞는가.”“그렇다고 몇 번을 말하는가. 내가 썼다. 네놈이 하는 짓을 차마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 없어 내가 직접 써 붙였다!”

두려움이 거세된 것 같은 기세였다. 아니 저자가 미친 건가. 의금부장을 비롯한 주변의 신하들이 놀라 웅성댔다. 마치 포로로 잡혀온 적장의 장수와 같은 모습. 그러나 그는 무인이 아닌 내의원의 의원이었다. 

“의원인 그대가 이런 짓을 할 명분은?”

황제의 하문에 그는 하,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리곤 아예 몸을 떨며 흐느끼듯 웃기 시작했다. 저게 사실 미친 건가. 모두가 의심할 때 그는 웃음을 뚝 멈추었다. 

“의원이라 하였다.” 

치켜든 고개에는 눈물이 흐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