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원고

0.울부짖다.
고른 숨결 사이로 몸을 울리는 둔탁한 진동이 들렸다. 마치 태동처럼 둥둥둥- 규칙적인 울림이 나를 감쌌다. 진동은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그 소리가 나를 일깨우려는 듯 점점 선명해지며 몸을 두들겼다. 진동에 이끌려 파르르, 눈을 뜨자, 눈앞에 펼쳐진 건 눈을 감은 것과 다름없는 끝없는 어둠이었다.끝없는 암흑 속에 다시 갇혔다. 그러나 이 어둠은 단순히 빛이 없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무형의 생명체처럼 나를 둘러싸고,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나를 탐색했다. 서늘한 기운이 스멀거리며 다가왔고, 그것의 시선이 내 몸을 훑는 듯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스며들었다. 손끝에서 목덜미로 퍼져가는 서늘한 감촉은, 그것이 나를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였다.나는 그 안에서 철저히 무력했다. 움직이려는 의지는커녕, 생각조차 제어당한 듯했다. 어둠 속에서 나는 떠다니는 파편일 뿐이었다. 아무도 원치 않는, 그래서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존재.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이었고, 침입자였다.적막은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천천히,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움직이던 어둠이 갑작스레 요동치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강물이 폭풍우를 만나 격류로 변하듯, 어둠은 순식간에 흉포하게 변했다. 그것은 살아있는 무형체의 발작처럼 거칠게 뛰어들었고 나는 한낱 부유물처럼 그 거대한 파동에 휘말렸다. 숨이 막혔다. 어둠 속에서 나는 온몸이 뒤흔들리는 채로 내던져졌다.
그때,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깨어났다. 가느다란 붉은빛이 어둠의 균열을 비집고 나오더니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선 하나로만 보였으나, 점차 그 선은 커다란 비단처럼 부풀어 올라 어둠을 집어삼켰다. 마치 물 위에 떨어진 잉크가 천천히 퍼져가듯, 붉은빛은 주위를 물들이며 끝없이 확장되었다.붉은빛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나선처럼 얽혔다. 그 갈래들은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방향을 잡았고, 서서히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무언가를 노리는 맹수처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둘러쌌다.붉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