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밤손님

스무 살 생일이었다. 바람에 난분분하는 눈이 크리스마스트리에 안착했다. 

“젊은이, 좋은 날인데 꽃 좀 사.”

‘좋은 날?’

세 글자였다. 
눈발 사이를 가르며 코트 깃을 세우고 걸음을 재촉하던 태오의 발을 멈춘 건. 미끼처럼 던진 말일까. 아니면, 정말 뭔가 아는 건가. 

오늘로써 지난한 의대 학기말 고사가 끝났다. 회포도 풀 겸 선배와 친구들이 기다리는 와인 바로 가는 길이었다.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백발 위로 눈이 소복했다. 담배 연기가 서린 것처럼 노인의 눈동자가 뿌옇다. 

“하나만 사줘. 원래 이만 원인데, 만 원만 내.”

한겨울에 꽃 장사라니. 노인이 손을 비빌 때마다 서걱서걱 소리가 났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맞대고 문지르는 듯했다.

태오가 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건넸다. 

“꽃은 안 주셔도 돼요.”

“무슨 소리. 젊은이 건데, 가져가야지.”

노인이 가죽장갑을 낀 태오의 손을 바투 잡았다. 할 수 없이 투명한 비닐로 감싼 장미 다발을 받아들었다. 돌아서 가려는데, 팔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 

“굉장한 선물을 받게 될 거야. 근데, 조심해야 해. 아주 비싼 값을 치러야 할 테니.”

도통 무슨 말인지. 고개가 갸웃했다. 귓가에서 찬 바람이 종처럼 울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인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 뒤였다. 검붉은 장미로 시선을 내렸다. 마치 죽은 사람의 입술 같다. 태오의 입에서 옅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한 올 한 올 섬세한 붓 터치로 그린 듯한 눈썹을 스치며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매끄럽게 뻗은 손가락이 조각 같은 얼굴을 스쳐 머리를 넘겼다. 그가 우수에 젖은 눈으로 뭔가를 갈망할 때면, 누벨바그 영화처럼 몽환적인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꽃다발을 든 태오가 바에 들어서자, 여자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공태오! 여기!”

선배 은석이 능글거리며 태오의 목에 팔을 둘렀다.

“솔직히 말해. 너 남자 좋아하지? 명성 여대 퀸카 소개팅도 거절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