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슬 퍼런 칼날이 그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는 여인을 가만히 응시했다. 짙은 녹색의 눈동자가 날카로운 쇠붙이보다 예리하게 그를 찌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게 당신의 대답입니까?”

그녀의 가녀린 팔은 안타까워 보일 정도로 마르고 연약했다. 당연히 그에겐 어떠한 위협조차 되지 못했다. 당장 저 여자의 손목을 쳐내면 그만인 일일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칼끝을 붙잡아 자신의 목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곧 남자의 손바닥 안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더운 액체가 손목을 타고 팔꿈치 아래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그는 살이 베이는 아픔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래요.”

냉정한 여자의 목소리엔 어떤 떨림도 담겨있지 않았다. 한 조각의 아쉬움조차 쉬이 내비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는 입술을 짓물었다.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을 느끼며 그녀가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숨을 원하고 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에리아나, 난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어요. 대가를 바라고 당신을 사랑했던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대는 내게 지독할 정도로 잔인하시군요.”

그녀는 그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 또한 그를 사랑했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감정의 깊이는 달랐다. 그녀에겐 남자보다 앞선 우선 순위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그는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내 나라가 더 중요해요.”

“그래서... 날 죽이겠다고요? 당신 손으로 직접?”

“당신은 아이젠하스의 무신이라 불리죠. 그 누구도 당신을 쉽게 죽이진 못할 거라는 걸 알아요.”

여자는 문장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는 채 마무리되지 못한 그녀의 말을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만큼은 당신을 죽일 수 있겠죠.’

그래, 아마도 그녀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남자는 항상 여자의 앞에선 한없이 약자가 되곤 했다. 지금도 보라.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이 순간까지도 뒷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