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암전되었던 시야가 돌아오고 도우의 의식도 차차 돌아오기 시작했다. 몸이 녹지근했다. 어둠에 서서히 적응이 되어갈 무렵, 도우는 나신인 채로 팔을 결박당한 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거울은 앉아있는 도우를 비출 정도의 크기였다. 시야를 조금 더 넓히자, 마치 기자회견 하듯 그를 뺑 둘러싼 수 십대의 카메라가 보였다. 익숙한 빨간 불빛이었다. 

녹화 중인 것이다. 

누군가 제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도우는 수치심이 올라왔다. 그런데 그 수치심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투명 비닐이었다. 그 비닐은 포장지처럼 도우와 카메라를 감싸안고 있었다.

순간 도우는 발끝부터 개미 떼들이 줄지어 온몸을 누비고 다니는 것처럼 소름이 끼쳐왔다.

분명 조금 전까지 그 새끼를…. 그 순간 깨질듯한 두통을 느낀 도우다. 

한 놈이 아니었어. 누가 날 뒤에서 가격했는데…….

거울 속에 비친 도우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이마 부근에는 이미 피가 흐른 지 꽤 되었는지 검붉은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누구랑 머리채 부여잡고 싸우기라도 한 양 머리는 산발이었다. 이상한 점은 제 몸만큼은 하나의 오점 없이 깨끗하댔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 

범죄 전문 피디인 그는 지금껏 오만가지 범죄 영상과 서적을 살펴보았기에 이런 범죄일수록 침착하게 대처해야 함을 알았다. 도우는 수없이 봐왔던 결박 풀기 영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자 필름처럼 모든 장면이 그의 뇌리에서 번뜩이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의자 뒤에 묶여 있는 팔을 꺾어서 제자리에 두었다. 제법 고통스러웠는지 도우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 후 도우는 손을 높이 올리고 배에 힘을 줘서 팔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케이블 타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힘없이 끊어졌다.

일어서서 문을 찾으려는데 도우는 돌연 앞으로 고꾸라졌다. 자세히 보니 발목이 케이블 타이로 고정되어 있었다.

“제길.”

어두운 주변을 더듬으며 뾰족한 걸 찾아 헤매는데 큭큭 웃음소리가 들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