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독 토독 소리를 내며 봄비가 풀잎을 건드리더니 이제는 땅을 적시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고요한 궁 안의 뒤뜰은 작게나마 들려오는 빗소리는 마치 자장가와도 같아서 책을 읽고 있던 세자의 고개가 자꾸만 앞으로 기울어졌다. 영의정은 졸고 있는 세자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그를 깨우고자 했다. 그리고 영의정이 입을 열고자 하는 그 순간, 세자의 방 밖에서 문을 지키고 있던 김내관이 먼저 입을 열어 준 덕분에 영의정이 입을 모아 긴 숨을 내뱉었다. 

 “저하, 한사관이 찾아오셨습니다. 혹시 들여도 될지 아뢰옵니다.”

 김내관의 말에 세자, 남윤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영의정의 표정을 살펴봤다. 지난번의 회강(會講)에서 좋지 않은 성적의 탓에 김내관이 제 대신 체벌을 받았던 터라, 아마도 한사관의 방문이 달갑지 않을터였다. 물론 김내관 또한 이 시점에 방문한 한사관이 껄끄러울 것이라는 것도 세자는 모를리 없었다. 
* 회강(會講): 세자가 학문을 익히고 이를 복습하는 시험

 “들라해라.”

 그럼에도 세자는 한사관의 방문을 허용했다. 김내관이 문을 열자 고개를 숙인 채로 들어오는 한사관에게서 세자는 눈을 뗄 수가 없었지만 차마 티를 내지 않으려 괜히 서책의 끝자락을 매만지며 시선을 돌렸다. 한사관은 방의 끝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기록을 담지 않은지 일시가 오래되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방에 들어오고 나서도 방의 바닥만 쳐다보면서 말하는 한사관이 미처 야속한 마음이 들었지만 세자는 손을 들어보이며 괜찮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영의정은 눈치를 보고는 다시 세자에게 마지막으로 읊었던 곳을 짚어주었고, 빗소리를 배경으로 삼아 세자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세자의 공부가 시작되자 사관, 한이현은 고개를 들어 붓을 꺼내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현은 붓의 끝으로 가장 먼저 세자의 얼굴을 그리기 위한 점을 찍고 세자의 얼굴을 제 눈에 담았다. 서책을 보기 위해 아래를 향한 눈꺼풀이 제법 진지해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