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죽은 연인을 이세계에서 만났다.

01. 망나니 왕자에게 고백받았다.

“내가 널 가져야겠다. 송서흰!”

청담루에 막 도착해 둘째 왕자 최선 앞에 섰을 때 그가 한 말이었다.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왕자는 미리 준비한 듯 다짜고짜 쏟아냈다. 

청담 호수를 끼고 깎아지른 절벽 위, 아담하게 자리한 누각 청담루! 

난 가쁜 숨을 헐떡이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향한 내 경계심을 감췄다. 또한, 속으론 왕자가 어떤 의도로 내게 고백을 하는 건지 따져보면서 주저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요?”

“내숭은... 이제부터 송서흰 네가 내 여자 하라고.”

“.....!”

분명 고백인 것 같은데... 왜, 내게?

난 벙쪘다. 하지만 표정은 태연히 했다, 

섣불리 정리되지 않은 거부감을 드러냈다간 후환이 따를 테니까. 최선은 그런 자이니까. 

오랫동안 그의 막무가내식 언동을 보아온 나로선 난감했다. 그와 엮이지 않으려 은근히 피해 왔기에 더욱 더.

무표정하지만 사려 깊은 눈으로 왕자를 쳐다보자, 처음부터 팔짱을 끼고 이죽대던 왕자가 우멍한 미소를 날렸다. 날 상대로 자신있다는 듯이.

‘하!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거든!’

난 설나국 제상 송찬호의 딸 송서흰이다. 우리집 하인들은 자기들끼리 날 '선머슴 아기씨'라 부르는 천방지축이다.

고위 관료이신 아버지 덕에, 종종 왕궁의 초대를 받아 궁에 갈 수 있었다. 그때마다 으레 둘째 왕자도 대면했었고.

그는 제멋대로 날뛰는 망나니다. 그것도 아주 사악한 망나니.

최선은 자주 부당한 일을 저지르고 사람들을 괴롭힌다. 물론, 양심의 가책 따윈 잘근잘근 씹어 먹어버린 안하무인이지. 

내가 좀 천방지축 날뛰는 선머슴이긴 해도, 막돼먹은 사내는 딱 질색이라.

그래서, 아주 정중히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갑자기 이러시면... 좀 송구하오나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둘째 왕자님!”

“한 번 튕겨보는 거야? 체면 차리는 거면 관 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