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굴

[1]

평일 오후 두 시, 고속열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기엔 애매한 시간이어서 그랬을까. 테리는 한산한 기차 안 풍경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매번 집으로 올라가려 들렀던 주말이나 명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시끄러운 제 속과는 정반대로 고요하기만 한 열차에는 작은 말소리도 거슬릴 정도로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테리야, 허리가 결국에 쓰려졌단다. 흐흑, 그런데 엄마가 당장 나갈 수가 없어. 이 일을 어쩌지? 응?’

급히 나오느라 이어폰을 두고 온 탓에 텅 빈 귓가에서 엄마와의 통화 내용이 반복 재생됐다. 제 뒷바라지하느라 개고생한 쌍둥이 오빠가 앓던 병이 기어이 사람의 의지를 꺾고 일어났다. 술도 마시지 않는 이십 대 남자가 간경화라고. 얼마나 고생했으면 이런 병을 얻느냐고 가슴을 치던 것도 잠깐이었다. 약으로 다스릴 수 있다며 활짝 웃던 손허리 고집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지내왔다. 그것도 아주 평온하게.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애써 모른 척했던 불행이었다.

“휴우.”

일 년만 더 버텨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으면 불쌍한 손허리, 내가 그 앙상하게 마른 볼에 통통하게 살이 오르도록 해 줬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아니, 꼭 그렇게 만들었을 거다. 죽을 둥 살 둥 생수통을 짊어진 네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내가….

“하아.”

청승맞게 주륵 흐른 눈물이 입가에 닿아 짠맛이 났다. 뭘 잘했다고 우나. 누군가의 희생 위에 군림하던 염치없는 인간 주제에 뭘 잘했다고 질질 짜느냐고. 
자신을 탓해 보아도 소용없었다. 

급작스럽게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엄마는 파주 구석 싱크대공장에서, 오빠는 서울 변두리 용각동 시장 바닥에서 구르는 동안 청운의 꿈을 안고 충청도까지 내려와 대학생 놀음을 해 대던 이기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대로 가면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겨우 일 년만 버티면 졸업이었고, 졸업하기 전 충분히 임용고시에 붙을 자신도 있었는데. 중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피구했던 교생실습 때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