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최악과 현재의 로맨스>
전기해파리 

약속은 모든 걸 보장해주지 않았다. 현은 쉽게 약속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연속적인 삶 속에서 불확실한 선택과 갈림길들이 얼마나 많았은지 그는 알았다. 사라진 최와 약속한 것들 중 두 가지는 지킬 수 없었다. 

다 잊고 살아. 

최는 명백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현은 최의 마른 몸을 껴 안았다. 얕게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배에 귀를 기울였다. 숨 소리 속에서도 얇은 무언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최를 좀 먹은 것들이 모두 사라지길 현은 바랐다. 뒷머리부터 천천히 쓰다듬어지는 감각이 느껴지고 나면 완전히 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최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한 발 자국 앞선 것 뿐이야. 하루는 꽃을 구경하다가, 또 하루는 꽃을 들어 너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는 거지.”

“응.”

“문득 내가 뒤를 돌아보면 저 멀리서 네가 손 흔들어주면 그걸로 된거야.”

“...그럴게.”

“그것 빼고는 다 잊고 살아. 내가 없었던 것처럼. 잘 살아.”

말라가던 손으로 현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현은 최를 꽉 끌어안았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야윈 연인의 몸에 현은 숨 죽여 울었다.

새벽은 위태로웠고 몽롱했다. 적어도 현에게는 피하고 싶기도,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이었다.

최가 현의 이마를 쓸어줄 때면 좋은 것들이 떠올랐다. 서로 손도 잡지 못하던 어리숙하던 때, 무서워서 손을 잡아달라고 처음 말했을 때. 현은 손을 천장을 향해 쭉 뻗었다. 

“내가 손 먼저 잡아달라고 했었는데. 기억해?”
“기억하지.”

“근데 뭐가 무서워서 잡아달라고 했을까?”

“글세. 무서웠던 거면 우리 기억하지 말자.”

이마 위로 분명 손가락이 닿았는데도 조금은 물컹한 느낌이 났다. 순간 따뜻한 온기가 돌았다. 

“근데 우리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더라.”

“그냥 우리 처음에 손 잡기 어려워서 팔꿈치 잡았던 거 이야기 하고 있었어.”

“그랬구나.”

서로의 불안을 어루만졌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