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기의 사정 

   “좋아해요. 형.”   

  “...뭐?”

머릿속에서 삐빅하는 경보음이 울리는 것 같았다. 홍기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꿈? 몰래카메라? 
주위를 바삐 살폈지만, 텅 빈 테라스에는 두 사람 외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모습의 홍기와는 달리 민우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그 눈을 보고 있자니 홍기의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아..’

쉽게 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이건 연애 경험이 없는 홍기에게는 너무 어려운 감정이었다. 
이 감정을 인정하면 홍기에게는 새로운 네임텍이 붙을 것이다. 동성애자라는 주홍 글씨가. 
잔잔한 것이 좋은 홍기에게 그것은 감당할 수 없는 풍랑이었다. 
이번 드라마가 끝났으니 자연스레 민우와는 멀어질 것이다. 그러면 이 혼란스러운 마음도 천천히 정리될 것이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거절해야 해.’

이건 홍기에게는 기회였다. 그를 마음속에서 정리할 기회. 다시 마음을 다 잡은 홍기는 간신히 입을 뗐다.  

   “민우야.. 나는..”  
민우가 고개를 들어 홍기를 올려다보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눈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저녁 내내 마셔댔던 술기운이 녹아난 것 같았다.
오늘은 민우에게도 마지막 기회였던 것이다. 홍기를 가질.

그 눈동자 때문인지, 함께 적신 술 때문인지, 홍기는 머릿속의 말을 무시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홍기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9살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이제는 삼촌이 대표로 있는 엔터테인먼트에서 제법 인지도가 있는 배우가 되었다. 이대로 잡음 없이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 35살쯤에는 연예계와는 상관이 없는 수수하고, 총명한 여자를 만나,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사는 삶. 

그런 평범함. 하지만 마음을 자각한 순간부터 이미 평범과는 멀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난... 나는...”  

고장 난 인형처럼 같은 소리만 반복해서 새어 나왔다. 뒷걸음치는 발걸음은 어색하기 짝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