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는 갱생이 시급하다

#1

죽음이란 예기치 못한 순간 들이닥치기 마련이다.
그것이 나의 죽음이든, 혹은 타인의 죽음이든 관계없이.

그러니 알바 중간 잠깐 바람 좀 쐴 겸 올라온 옥상에서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의 투신자살 시도를 목격하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봐요! 위험하게 지금 거기서 뭐 하는 거예요?” 
“보면 몰라? 죽으려는 거잖아.”

메마른 어조로 중얼거린 여자는 다리 한쪽을 난간 너머로 툭 걸쳤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운 광경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레 한 발짝 다가갔다.

“무슨 사정인진 모르겠지만……일단 진정하고 내려와요. 네? 내려와서 저랑 얘기해요.”
“오지 마! 오면 죽어버릴 거야!”

말로는 도저히 진정시킬 수 없음을 직감한 나는 설득을 포기하고 냅다 여자의 상체를 붙들었다. 자그마치 30층에 달하는 까마득한 높이가 난간 아래로 아찔하게 내려다보였다.  

“놔! 말리지 마! 그냥 좀 죽게 내버려 두란 말이야!” 
“어떻게 죽게 둬요! 이러다 진짜 떨어진다고요!”
“아아악! 놔! 놓으라고!”

죽으려고 악을 쓰며 몸부림치는 여자와 그걸 어떻게든 뜯어말리려는 나 사이의 치열한 사투 끝에 

‘됐다!’

마침내 여자를 옥상 안으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하는가 싶던 찰나. 

“어?”

강한 반동으로 인해 내 몸뚱이가 난간 밖으로 퉁 튕겨 나갔다.

“어어……?”

새파란 하늘이 시야 가득 들어옴과 동시에, 중력이 사라져 몸이 붕 뜬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시야가 반전되면서 내 몸뚱이는 빠르게 시멘트 바닥을 향해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사정없이 귓가를 때려댔다.

‘이런 미친. 미친! 미친!’

이렇게 어이없이 죽는 법이 어딨어.

이제껏 내가 신을 믿었던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단연코.

보다 정확히는 다섯 살이 되던 해, 날 버리고 떠난 엄마를 돌아오게 해 달라는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