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하기 전 찾아오는 전조증상이 있다. 별안간 강한 두통이 찾아오면, 나는 내가 또다시 기절하리라는 걸 깨닫는다. 사실 내가 그때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머리가 깨지지 않도록 몸의 각도를 조금 트는 것뿐이다. 그리고 무력하게 수긍하며 죽음처럼 몰려오는 어둠에 눈을 감는다.
그렇게 의식불명인 채로 잠시 누워있다 보면 어느 순간 눈이 떠진다. 기절 후 내가 처음으로 눈에 담는 것은 대게 우리 가족의 얼굴들이다. 과거부터 그래왔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사실을 매번 상기해야 했을까? 일이 벌어졌을 땐 이미 한참 늦은 후였다.
24살의 생일. 어김없이 기절한 나는 천근만근 무거운 눈을 떴고, 생전 처음 보는 여자와 남자를 마주했다.
기절하면서 꿈을 꿀 수도 있는 건가 멍하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낯선 얼굴들이 내 언니와 오빠라나 뭐라나. 24년 평생 삼 남매의 장녀로 살아왔건만 갑자기 뭐? 내가 삼 남매의 귀여운 막내 여동생이라고?
현실감 가득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 게 첫 번째 날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처한 상황이 한없이 무섭고 화나기만 했는데, 난데없이 갖게 된 언니와 오빠가 나를 지극정성으로 아껴준 덕분에 혼란스러웠던 마음은 차차 가라앉았다.
한편으로는 그 커다란 애정이 고맙고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사랑에서 때때로 광기가 흘러나온다는 점은 사소한 결점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깊으면 저럴 수도 있는 거지. 거대한 저택에 우리를 제외한 그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그래, 가족끼리만 있고 싶었나 보지.
요양해야 한다는 핑계로 나를 집밖에 내보내지 않는 점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병으로 쓰러져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었다니깐 어쩔 수 없지.
나는 그 시간을 감금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나를 정말 한적한 시골에 가둬놓고 싶었다면 아카데미 복학 준비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