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령관의 발레리나요원

                                 체셔 지음.

발레리나 G.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였다. 

내가 살아온 카마로스와 달리 아르젠은 비가 자주 내렸다. 지금처럼 예보에도 없는 비를 대비해 아르젠 사람들은 가방에 작은 우산 하나씩은 챙겨 다녔다. 

막 발레 연습을 마치고 건물 앞에 선 나 또한 아르젠 사람들처럼 가방에서 노란색 우산을 꺼내 들었다. 꼭 카마로스인이 아니라 아르젠인인 것처럼. 물 흐르듯 우산을 펼쳐 들고 건물 밖으로 나섰다. 

투두둑.

우산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바쁘게 걷는 사람들 틈으로 녹아 들어갔다. 
이들은 알까? 내가 아르젠과 교전국인 카마로스의 국민이라는 걸. 아마 모를 테다. 카마로스인의 상징인 검은 머리칼은 내게 존재하지 않으니까. 우산 너머로 보이는 쇼윈도에 비친 내 머리칼은 빛바랜 금색이었다. 그러니 누가 나를 의심할까?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닌데,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니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아, 내가 속이는 건 아르젠의 일반인들이 아니었다. 일반인들에게서 빼돌릴 정보는 딱히 없었기에. 간혹가다 국가 정세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이들을 보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나보다 몇 발 늦은 정보를 언론매체로 주워듣는 자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믿고 의지하는 수뇌부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었다. 위로는 왕과 정치인들일 것이요, 아래로는 군과 경찰들이겠지. 
그들의 주위를 맴돌며, 적당한 관계를 맺고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빼돌리는 것이 내 임무였다. 

아르젠에 처음 투입되었을 때, 내려온 지령은 발레단에 입단하여 아르젠 군 총사령관의 딸과 친분을 쌓으라는 것이었다. 그 후는 그녀를 통해 정보를 빼내라는 것이었다.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득실대는 아르젠 발레단에 입단하는 것은 날 때부터 검은 머리를 금빛으로 바꾸기 위해 머리를 밀고, 약물을 투여하는 고통을 참는 것보다 더 끔찍했다. 발가락이 터져 피고름이 맺히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