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 작업실로 들어선 아라는 여러 개의 붓을 한쪽에 가지런히 기대놓았다.

이젤 위로 커다란 캔버스를 올려놓으며 기지개를 한번 쭉 켜고는 의자에 앉아 허리를 반듯하게 세웠다.

대형 붓에 파란 물감을 입혀 새하얀 캔버스 위로 널찍하게 쭉쭉 칠했다. 보랏빛과 하얀색도 덧입혀 색감을 더했다. 작은 붓으로는 중간중간 세세한 그림들을 그려 넣으며 다채로운 입체감을 표현했다.

그렇게 새벽 일찍부터 다섯 시간 내내 그림만 그렸다.

이제 좀 쉴까 하던 찰나 멀찌감치 두었던 핸드폰이 띠리링 울렸다.

분명 옆집 언니일 것이다. 혼자 밥 먹기 적적하다며 집으로 자주 부르곤 했다.

붓을 내려놓은 아라는 핸드폰 속 수신자를 확인하며 입가에 픽 웃음을 띠었다. 역시나.

“네. 언니.”

-아라야! 지금 집이야?

“네. 지금 집이에요. 왜요?”

-아니, 내가 지금 잠깐 지방에 내려왔는데 글쎄 간장게장 주문한 걸 깜빡했지 뭐야. 기사님이 문 앞에 놓고 갔다는데, 혹시 아라가 냉장고에 넣어 줄 수 있을까?

“알겠어요. 제가 넣어놓고 문자 남길게요.”

-고마워. 내가 아라도 주려고 두 통 주문했으니까 한 통 챙겨가! 알겠지?

“난 괜찮은데.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웅. 땡큐, 아라, 사랑해.

아라는 작업 앞치마를 한쪽에 벗어놓고서 입고 있던 옷 그대로 현관 밖을 나섰다. 걸어서 열 발짝 안 되는 옆집 앞에 하얀 스티로폼 박스가 눈에 들어오자, 아라는 곧장 옆집으로 다가가 비밀번호를 눌러 문부터 열었다. 그러곤 발아래 상자를 꾸부정하게 들고서 안으로 들어가 주방 안쪽에 툭 내려놓았다.

“아오. 무거워.”

벅찬 숨을 후 불어낸 그녀는 포장된 둘레의 테이프를 드르륵드르륵 뜯어냈다. 찍찍 찍 모두 다 뜯어내 스티로폼 뚜껑을 열자, 언니 말대로 두 개의 통이 들어 있었고, 생각보다 큰 통에 아라는 잠시 냉장고 문을 열고 안쪽을 살펴보았다.

“어… 넣을 자리가 없겠는데?”

아라는 안쪽 반찬통을 한쪽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