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노을이 내려앉은 핏빛 하늘. 나부끼는 먼지. 조각난 건물의 잔해. 폐허라는 단어의 어감이 그렇듯 도시는 삭막했다.

아니, 감히 이곳을 도시라 부를 수 있을까.

시체가 썩어가고 뼈들이 즐비한 거리의 모습은 지옥의 한 장면이라 봐도 무방했다.

서울은 이곳의 옛 이름이었다. 율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그녀는 자기 고향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책’에서 배웠다.

대한민국이 멸망한 건 율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그녀의 기억이 맥동하던 순간부터 이곳, 그러니까 서울은 옛날의 영광이 무색하게 죽어버린 도시였다.

비단 대한민국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인간이 이룩할 수 있던 기술의 고점과 삶의 윤택함은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찬란히 부서졌다.

어떤 이유로 전쟁이 발발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 역사를 기록하는 자들은 사라졌다. 지옥에서 과거의 일을 기록하는 건 무용한 짓이었다.

기억 속에서 ‘서울’을 추억하는 자가 사라지며 ‘서울’은 ‘세운(建)’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초라한 탈피였다.

“하옥민이 어떻게 미옥(微屋)에 올라온 거지?”
“잠깐, 이 여자…….”

조악한 갑옷을 둘러 입은 남성은 율의 위치를 상기시켰다. 낡은 티셔츠 위로 녹이 슬은 ‘하옥민’의 배지가 간신히 옷자락을 붙든 채 매달려 있었다.

하옥(下屋). 이는 율이 사는 지하 세계를 일컫는 말이었다.

하옥의 뜻이 무엇인지는 도시에서 손꼽을 정도로 영민한 그녀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지고’한 ‘지옥(祉玉)’인들의 지시에 따라 그리 불릴 뿐이었다.

“‘지고(至高)’였던 그 여자 아닌가?”
“’지고’라면, 고 율?”

율은 오래전에 사람들에게 불렸었던 자신의 명칭에 사납게 눈을 부라렸다.

그 모습에 두 명의 남성이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곧 현재 그녀의 위치가 하옥민에 그친다는 걸 알고 태세를 전환했다.

짝-!

그와 동시에 뺨을 찢을 듯한 고통이 율에게 찾아왔다. 그녀를 때린 남성의 딱딱한 가죽 장갑 위로 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