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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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없이 치받힌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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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데는 순서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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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예는 별 하나 떠오르지 않은 까만 하늘이 느리게 꺼져가는 걸 보며 문득 이 문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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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이 말이 떠오른 이유는 아마 오늘 상담자의 입에서 한탄처럼 흘러나오던 말이었기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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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 말이 어찌나 멀리 들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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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데 순서 없다는 무서운 말은 자신을 향한 말이 아닌 상담자가 자신을 비하하기 위해 끄집어낸 말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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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은 씨가 된다고 했다. 물론 그게 제 입에서 나온 씨앗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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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예는 그 저주스러운 말의 주인공이 오늘의 자신이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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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졸업과 함께 전공을 살려 심리 상담가로 취업한 지 고작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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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마다 은예는 넋 빠진 얼굴로 하나만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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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직업 선택 망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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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서류 업무와 상담자 응대, 온갖 폭언과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당하며 얻는 돈은 겨우 최저 임금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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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살면 내가 먼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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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예는 강렬하게 직감했다. 그래서 곧 퇴사를 말하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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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들어주기 전에 자신의 심리 먼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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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식으로 퇴사는 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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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의 하직으로 인해 강제로 퇴사하는 그림은 머릿속에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어서 낯설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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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죽는 거 진짜 별거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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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던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머리부터 처박힌 탓에 곧장 의식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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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도 더럽게 없지. 하필이면 트럭과 부딪힌 곳이 인적 드문 길가일 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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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늦은 퇴근으로 인해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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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없는 트럭 운전사는 그대로 도주, 목격자 전멸. 실로 완벽한 뺑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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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이 이런 개죽음이라니. 말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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