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의 실패한 수업 1

이번 학기 역시 형편없었다.
김신의 교수의 <고전 서양 문학> 기말고사가 있는 날이었다. 종강을 바로 앞둔 어제현은 강의실에 앉아 고민했다. 내가 이 수업을 왜 신청했더라?
백지 위에 모인 검은 글자들이 꼭 개미떼 같았다. 나태한 복학생 어제현은 따분해 죽겠단 표정으로 시험지를 내려다 봤다.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문제는 총 네 개였고 3번까지는 소설의 역사적 맥락과 영향력 따위를 묻는 문제였다.
‘소설은 그냥 소설이지, 그 주변 것들은 알 게 뭐야.’
마지막 4번은 다행히 소설 속 인물에 대한 응시자의 비평을 묻고 있었다. 어제현은 프레드릭 윈터본이라는 등장인물에 대해 느낀 바를 썼다. 소설에서 읽은 그대로, 어떤 과장도 축소도 없이. 어쨌든 그의 목표는 백지를 내지 않는 것이다. 그럴싸한 거짓말이나 존재하지도 않는 모범답안을 찾기는 싫었다.
8할이 빈 답안지를 내밀면서도 어제현은 당당했다. 1등으로 시험을 끝냈다. 조교인 심자형의 오묘한 눈초리를 받으며 강의실을 나섰다.
강의실 뒷문 밖에는 김신의 교수가 서 있었다.
“벌써 끝났어요?”
10분도 안 돼서 뛰쳐나온 금메달리스트를 꼽주려는 말투는 아니었다. 아, 네. 어제현은 멋쩍게 웃었다.
“한 학기 동안 수고 많았어요.”
“네. 교수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제현이 꾸벅 고개를 숙였고 김 교수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무례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제현은 교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피부에 돋은 광채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왜 이렇게 피부가 좋아? 뭔가 재수 없네. 인상과 안 어울리게 툭 돋은 눈썹뼈는 콧대로 이어져 코 끝까지 뾰족하게 잘났다. 움푹 들어간 아이홀에는 분명히 세월이 고여 있지만 눈동자 만큼은 반짝거렸다. 새까맣고 빽빽한 머리칼을 깔끔하게 넘긴 남자는 아저씨치곤 지나치게 예뻤다.
‘젊었을 때 인기 많았겠네.’
어쩌면 지금도.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을 보는 여학생들의 시선을 느끼고 있을 테다. 강의실을 떠도는 불순한 감정의 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