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흐응…! 하아앙!”
“허억…! 헉!”

해민은 도를 닦는 심정으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쿵쿵거리는 음악과 흐느적거리며 헐벗은 남녀들. 화려한 조명 아래로 뿌옇게 퍼진 연기가 얼마쯤 그녀의 시야를 가려주는 듯했으나 안타깝게도 얼마 가지 않았다.
약에 취한 건지 술에 취한 건지, 하여간 잔뜩 정신이 나간 것들이 단체로 흘레붙고 있는 장면을 보던 그녀는 그만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 야생의 것들을 경호하는 게 그녀의 업무였으니까.

‘말세다, 말세야.’

재벌들의 자선 파티라고 들었는데, 이건 뭐 자선 파티가 아니라 난교 파티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지속적으로 시각 테러를 당하며 속으로 한숨을 짓던 해민의 귀에 개인 호출이 울렸다.

- 이해민. 파티홀에 너 말고 몇 명이나 더 있어?

해민보다 1년 더 일찍 들어온 선임의 목소리였다. 절제된 움직임으로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의 수를 체크한 해민이 인이어를 조작했다.

“일곱 명 있습니다.”
- 나랑 교대하자. 전시관으로 와.
“무슨 일 있습니까?”
- 오라면 올 것이지, 뭘 묻고 그래. 빨리 와 새끼야!

손목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해민이 짧게 대답했다.

“바로 가겠습니다.”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나. 낮게 혀를 찬 해민이 자리를 지키던 경호원들에게 수신호를 보내고 몸을 돌리려던 때였다. 문득 소파에 앉은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새까만 머리카락에 대조되는 하얀 피부. 나른한 눈매 아래로 칼날처럼 오똑 솟은 코와 붉은 입술. 배우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페이스였다.
소파 등에 거대한 체구를 파묻은 그는 이 난교 파티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자선 행사가 끝난 후 지금까지 진행되는 뒤풀이에서 한 번도 소파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으니까.
남자는 해민과 눈이 마주치고도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그저 깊고도 깊은 눈으로 물끄러미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살짝 기울인 고개 사이로 입매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