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X뱀파이어X복서
- 큰가람
202406021ver

1화)

“미쳐버리겠다. 이게 대체 뭐냐.”

성수는 액정 화면에 녹화를 알리는 빨간 버튼을 누른 뒤 스마트폰에 속삭였다. 어떻게든 지금 이 상황을 남겨 두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마지 않아 액정 화면은 곧 어두워졌다. 

“미친. 15퍼센트?”

도망칠 때 본능적으로 들고 튄 충전기를 들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콘센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달아날 때 쫓아오는 좀비에게 다리 대신 고양이장난감 마냥 내준 탓에 선의 끝이 너덜거리기까지 했다. 

“돌겠네.”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모든 루트가 끊겼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119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조차 가지 않았고, 휴대폰의 인터넷 앱과 메신저 앱들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몰라 작은 창을 기웃거리며 누군가 지나가기를 바랐으나 모든 노력이 무용했다. 대신 그가 목격한 것은 병실과 병실을 옮겨 다니며 울부짖는 좀비들과 그 좀비들을 피하려다 좀비가 되는 사람들 뿐이었다. 

결국엔 좀비 아니면 좀비군.

천장의 형광등이 자꾸 깜빡거렸다. 빛이 점멸할 때마다 어둠이 몰려왔다. 

밤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두통이 오는 것 같아서 성수는 빡빡 민 머리를 한 손으로 벅벅 긁었다. 

“에이씨, 일단 전기만 안 끊기면 어떻게든 되겠지.”

쿠쿵.

천장의 형광등이 몇 번 깜빡이더니 앞이 캄캄해졌다.

“염병. 입이 방정이지.”

성수는 자기 입을 세게 때렸다. 그러고는 녹화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가 한숨을 쉬며 홈버튼을 눌렀다. 이러다 정말 핸드폰까지 꺼져버리면 인생마저 종료되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핸드폰 중독인 현대인이 스마트폰과 완전히 이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조도를 거의 낮춘 핸드폰을 들어 무의미하게 액정을 툭툭 두드렸다.

와이파이도 없고, 데이터도 안 떴다. 애처로운 배터리 퍼센트는 절전모드로 아껴 쓰고 아껴 써도 반나절의 반나절의 반나절 만에 바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