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새의 바람은 끝났다 
       - by. 앙헬

1. 누구냐, 넌.

  “아아아악!!! 진짜 어떤 X끼야!!!!!!”

  허리춤에 동그란 얼룩만 남기고 사라진 그 인간.

  감히.
  먹튀를 해?
 
  감히, 나를?

  내 기분이 아무리 뭣 같아도 하룻밤 인연쯤 깔끔하게 잊어주면 그만일 텐데.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다.

  
  아이고 내 팔자야.
  왜 하필 지금 나타나서는.

  비상사태다.
  그 인간을 찾지 못하면 이 “바람새”의 인생에 더 이상 남자는 없다.

  젠장.
  자꾸만 생각이 난다.

  그, 

  그,

  그 팔베개를 잊을 수가 없다고오오오오오!!!!!!

***

  사건이 일어난 것은 몇 시간 전.

  사막을 떠나기 전에 질펀하게 놀아보자며 열었던 ‘베일의 연회’가 문제였다.
  제국에서 여는 가면무도횐가 뭐시긴가가 화끈하고 재미있다길래, 그 비슷하게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노는 자리를 만들어 본 건데….

  내가 내 무덤을 팠다.

  하필 거기에 “나무”가 나타날 줄 내가 알았겠냐고!

  그렇-게 남자를 만나봤어도 “나무”가 안 나타나서, 내가 너무 해이해졌던 건 인정.
  그런데 하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냐 이거다.

  하아….

 
  일단 “나무”에 대해 말하려면, 내가 속한 “바람새” 일족부터 설명해야 한다.

  바람새 일족.
  우리는 온 대륙을 떠도는 작은 규모의 떠돌이들이다.

  규모가 작기는 한데 듣보잡은 아니고.
  무슨 위대한 전사의 부족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나름 인지도는 있달까.

  200년인가, 300년인가.
  대충 몇백 년에 한 번씩 뜨는 운명의 별이랑 묶여있는 일족이라서 나름 귀하다나?

  바람새라고 다 까놓고 살면 제국에서나 대륙의 다른 어디에서나 귀빈 대접 받으면서 편히 살 수 있기는 한데, 우리는 그냥 정체를 감추고 가족 상단인 척 자유롭게 떠돌면서 산다. 

  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