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였다 

나는 소설 속 엑스트라다. 
판타지 소설 ‘sss급 소드 마스터’라는 소설에 빙의했고 내용을 기억할 뿐, 나는 소설에 이름 한 줄 언급없는 엑스트라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대륙 변두리에 위치한 마을 실리온에 살고 있고 주조연들의 접점마저 없었다. 

소설 에피소드에 나온 사건이나 국가, 종족간의 전쟁은 신문로만 접하였기에 이곳이 소설이라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나는 큰사건없이 평범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로즈, 주문한 물약재료가 많았을 텐데 안까지 옮기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아니에요. 이 정도야 많은 것도 아닌데…할아버지 몸은 좀 괜찮으세요?”
“감기 때문이니까 걱정마렴.”

일찍 부모를 여윈 탓에 나는 어린 나이부터 사회 전선에 뛰어들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마을에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성실히 일했고 그 덕분에 인심 좋으신 카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약품 상점의 점원으로서 오래 일하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선 약초 상자들은 한가득 쌓여 있었지만 예전에 비해 양이 줄여들었다. 
마을 근처에 들어선 신전이 다친 이들을 무료 봉사해주고 있기 때문에 약품 주문량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작은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약품 상점이라 폐점당할 일은 없지만 매출 금액을 생각하면 카엘 할아버지의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쿨럭 쿨럭!”
“할아버지 기침이 너무 심한데, 오늘은 집에서 쉬셔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주문이 들어왔단다. 오랜만에 들어온 주문이니 힘써야하지 않겠니?”
“그치만…….”

카엘 할아버지는 괜찮다는듯 인자하게 웃으셨지만 얼굴에 피로감이 보였다. 
목을 긁으며 튀어나오는 기침을 손으로 억지로 누르면서까지 업무에 매달리시니 나 또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회계 장부를 돋보기로 꼼꼼히 확인하는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나는 주문한 약초를 정리하였다. 

딸랑.  그러던 중 문에 매달린 종이 딸랑거리며 익숙한 손님이 들어왔다. 
덜컥거리는 갑옷에 여기저기 묻은 피와 몬스터 체액 냄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