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애초에 내가 이 자리에 왜 참석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혜인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받지 말았어야 했다. 청첩장을 반드시 얼굴을 보고 주고 싶다던 나혜인의 속셈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선을 긋고 싶었을 것이다. 한 번 더 확인시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채현우가 누구의 남자인지.
[나혜인, 걔 아직도 그러고 사니?]
모임에는 나 말고도 네댓 명쯤 되는 동기들이 있었다. 반갑다며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그다지 친분 있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모임 내내 나는 외부인이 된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겉도는 기분이 싫어 테이블 밑으로 혜경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나혜인이라면 치를 떠는 혜경은 처음부터 참석조차 하지 않은 자리였다.
[그러지 말고 먼저 일어나. 내일 소개팅 있다고 하고.]
없는 말도 아니었다. 내겐 내일 혜경이 주선한 소개팅 약속이 있었다. 혜경 입장에선 채현우의 결혼에 상심한 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만남이겠으나 사실 나는 그 자리가 반갑지만은 않았다. 나는 올해로 서른한 살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작위적인 만남은 불편하고 싫었다.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보니 손은 자연스럽게 술잔으로 향했다. 나중이 되어선 술병을 아예 곁에 두고 자작에 열을 올렸으니 그런 내 모습이 어지간히 처량하게 보였을 것이다.
“여진아, 벌써 가려는 건 아니지?”
바쁘게 마신 술 때문에 소변이 마려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나혜인이 선수를 치듯 내게 물었다. 내가 아니란 뜻으로 미소를 짓자 나혜진이 아양을 떨듯 내 팔짱을 낀 채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전까지 나를 본체만체한 게 거짓말처럼 살갑게 치대며 나혜인이 말했다.
“네가 일찍 가면 나 섭섭해. 오늘 다른 사람보다 여진이가 이 자리를 빛내줘야 하는 거잖아? 여진이가 우리 자기랑 나를 이어준 일등 공신인데.”
모임에 초대받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가 되어있었다. 의도야 어쨌든 축하를 위해 모인 자리니만큼 불편한 심기를 내색하지 않을 거라고 거울을 보며 결의까지 다져 나온 자리였다. 그러나 두 사람을 이어준 일등 공신이라는 나혜인의 말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