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지퍼가 문제야

아침에 첫단추, 아니 첫 지퍼가 문제였다. 평소에 즐겨 입던 브랜드의 새옷이었다. 
새바지의 지퍼가 뻑뻑했지만, 시간이 없어 몇 번 허리를 털어 간신히 올리고 출근했다.
회사에 나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고 내리기까지는 별 탈이 없었다. 그런데 다시 올리려고 하니 어떻게 해도 올라가질 않는 것이었다. 제길. 간신히 사람들 눈을 피해 사무실까지 다리를 모으고 손으로 앞을 가리고 와서 천 대리를 불렀다.

“10시 50분까지 도착해라. 안 그럼 니 바지 벗어줘야 할 거야.”

천 대리에게 을지로 롯데백화점에 가서 같은 브랜드의 바지를 사 오라고 지시한 게 10시 20분.

 “상무님, 이 시간에 50분까지는 무리....”

 “쉬우면 너 안 시켜. 킥보드 타!!”
 
을지로 한복판. 택시를 탔다가는 요행히 차가 안 막힌다 해도 주차장에 들어가고 나오는 데만도 20분. 거기다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시간. 매장 찾는 시간. 무리였다.

 등치가 자신 못지않게 큰 천 대리가 전동보드에 헬멧을 쓰고 30분에 오픈하는 을지로 롯데백화점에 가서 백화점 전직원들의 우렁찬 오픈 인사 세례를 받으며 오픈런으로 매장에 달려가 바지를 사서 사무실로 돌아오기까지는 정확히 32분 걸렸다. 

역시 천 대리야. 
 
천 대리가 벌어준 시간에도 불구하고 출발은 예정보다 10분 늦었다. 길이 안 막히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지만, 항상 어디에 복병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서울 한복판, 적어도 20분은 일찍 나서야 한다. 

‘오늘 양재 신사옥 건축 현장에 김이경 대표 불러 같이 둘러보기로 했다이.’

.....!?

‘모양새가 나보다 네가 안내하는 게 낫지 않겠나. 같이 입주할 긴데 미리미리 주인의식 갖게 해줘야재. 현장 둘러본 후에 점심 식사 자리에는 네 어머니도 같이 합류하기로 했으니까....’

그러니 늦지 말라고, 아침에 두 번을 당부하셨다. 
어머니도? 오늘 아란과의 결혼 이야기를 정식으로 꺼내시려는 모양이었다. 

을지로 한복판에 있는 25층짜리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