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다정한 납치 감금
류서혜

시현은 흐린 눈을 깜빡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또 이 방이었다.

잘그락.

몸을 일으키자, 귀에 거슬리는 쇠사슬 소리가 따라붙는다.

그제야 시현의 시선은 제 양 손목으로 향했다.

육중한 철제 수갑에 매달린 굵은 사슬이 벽까지 이어져 있었다.

‘슬슬 풀어주면 좋으련만.’

시현이 고개를 뒤로 젖히자, 그곳에는 언제나처럼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안이 있었다.

자신을 구속한 납치범께서는 아직도 일에 열중하고 계셨다.

모니터의 깜빡이는 불빛이 무미건조한 지안의 눈동자를 비춘다.

탁, 타닥. 하고 일정한 박자로 들려오는 타자 소리가 안정적이면서도 어쩐지 이질적으로 들렸다.

길게 늘어진 옅은 갈색 머리 아래, 집중했는지 살짝 찌푸린 미간이 섹시했다.

저렇게 단정한 외모에 멀끔한 차림새로 해커라니.

출신이 천한 자신과는 달리, 대한민국 재벌가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는 유성그룹의 막내 도련님이 말이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기는커녕, 저 유순한 성격을 생각하면 앞뒤로 남자 좆 한 번 물어본 적 없을 텐데.

마침 이 방에는 지안과 자신 단둘뿐이었다.

'조금 장난질하는 정도는 괜찮겠지.'

시현은 헝클어진 제 머리를 헤집으며 느릿하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도련님.”

“...”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한지안 씨?”

“...”

“...지안아.”

몇 번이나 지안을 부르고 나서야 그가 고개를 까딱였다. 듣고 있으니 어디 말해보라는 투였다.

느릿하게 기지개를 켠 시현이 말을 이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 어디 안 가. 그러니까 이거, 슬슬 풀어주지 않을래?”

잘각. 시현은 오른손을 흔들며 애원했으나 안타깝게도 지안에게 그의 미인계는 통하지 않았다.

지안은 힐끗, 시현 쪽으로 시선을 돌리다 이내 다시 모니터를 노려봤다.

“그건... 안 돼. 아직 카젤이 형을 쫓고 있으니까, 하나도 남김없이 잡을 때까지는 풀어줄 수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