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 
;흠이 생긴 자리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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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우가 권상원을 처음 만난 건 다름 아닌 장례식장에서였다. 부모님이 한 날 한 시에 돌아가시고 난 후 진우를 키워준 건 삼촌이었다. 며칠이나 연락이 없던 삼촌은 결국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유진우는 그렇게 세상에 혼자 남았다. 
 남자는 삼촌 장례식장의 유일한 조문객이었다.
 유진우가 고등학교 2학년을 거의 다 보냈을 즈음,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시린 겨울 날. 그날은 해일처럼 갑작스레 밀려온 슬픔에 잠긴 날이었다. 장례식장을 떠도는 차가운 공기. 곳곳에서 들리는 절망을 품은 짙은 통곡. 암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부유하는 듯한 멍한 기분. 인적이 없는 텅 빈 장례식장의 싸한 기운. 그 모든 것이 유진우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그는 텅 빈 장례식장에 멍하니 앉아 있는 유진우 앞에 불쑥 나타났다. 바닥과 벽 사이 어디쯤을 향하던 시야에 검은색 구두와 다리가 가득 들이찼다. 유진우는 그때서야 그가 조문객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조문객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에 의아함을 느낄 새도, 그가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챌 새도 없었다. 그저 이 현실을 받아들이느라 벅찼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보고 있을 때 불현 듯 낮은 목소리가 물었다. 
 “유영준 조카 되십니까.”
 처음 유진우는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는 대답이 없는데도 되묻거나 돌아가지 않았다. 유진우는 아주 느리고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한참을 올라간 시선은 유진우의 고개가 젖혀져 하얀 목이 훤히 드러나고 나서야 멈췄다. 
 기골이 장대한 남자는 머리가 군인처럼 짧았다. 왼쪽 눈썹 위에 가로로 긴 흉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음 속 어조는 정중했지만 솜털이 바짝 설 만큼 위협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남자는 어둡고 깊은 구덩이의 밑바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그는 말없이 유진우를 내려다보더니 불현 듯 양복 안주머니에서 하얀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종이를 펼쳐 유진우에게 보여주었다. 
 “유영준이 그쪽을 담보로 빚을 졌습니다.” 
 차용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