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도사 1~10화

1화
안개가 자욱한 밤이었다. 당장이라도 비가 올 듯 공기가 무거웠다. 전각 곳곳에 홍등이 켜져 있는데, 음악 소리는커녕 풀벌레 소리하나 들리지 않았다. 수경은 커다란 먹색 두루마기를 쓰개치마처럼 쓰고, 같은 색의 천으로 코 아래부터 얼굴의 반을 가렸다. 짙은 안개 속 검은 기운이 수경의 발걸음마다 흩어졌다. 주점의 깊은 곳에서 누군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수경은 소리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루에 들어서기 전 수경은 작은 구슬을 입에 물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지 않았다.

방 하나하나를 지나 노랫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검은 안개가 짙어졌다. 전각 안에서 집채만 한 뱀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수경은 숨을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계산하며, 조심스럽게 걸었다. 장지 안에서 거대한 뱀 머리가 그녀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수경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감히, 누가 흥을 깨느냐!”

호영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수경을 노려봤다. 얼마나 마셨는지 상 위고 바닥이고 구석구석 술병이 엎어져 있었다. 상위에는 음식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호영은 일어나며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목기 몇 개를 넘어뜨렸다. 호영은 삐뚜름하게 서서 손에 묻은 음식을 비단으로 만든 귀한 도포에 문질러 닦았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을 텐데, 이 술집은 영업을 엉망으로 하는구나.”

 호영은 아무런 말이 없는 수경에게 다가가 얼굴을 가린 천을 뜯어냈다. 수경의 눈에 이기가 실렸다. 그녀는 잽싸게 호영에게 입을 맞추고 구슬을 넣었다. 구슬과 함께 수경의 맑은 기운이 입으로 들어가자, 호영이 놀라 수경을 밀어냈다. 수경은 온 힘을 다해 호영에게 매달려 구슬을 회수했다.

 혼을 빼앗긴 호영이 끈 풀린 인형처럼 주저앉았다. 텅 빈 눈빛에 푸른 빛만 가득했다. 뱀 껍질 같은 비닐이 피부 위로 올라왔다.

“너, 감히 내 먹이를 가로챘구나.”

호영의 입에서 방금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푸르게 변한 입술 사이로 두 개로 갈라진 혓바닥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