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로맨스/이우담/cinwoolee@gmail.com/010-9280-7819

계절의 유실물

01. 귀로
  
나는 빈 의자에 짐가방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그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반질반질하게 닳은 샛노란 플라스틱 의자에 내 얇은 린넨 바지가 미끄러진다. 힘을 빼면 그대로 바닥까지 미끄러질 모양새였다. 나는 몸에 힘을 주어 자세를 고쳐 앉았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터미널은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나는 휴대 전화의 고속버스 앱을 켜고 버스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열한 시 이십 분 버스니까, 아직 십 분은 더 기다려야 했다.
 
멍하니 전면으로 시선을 두니 커다란 글씨의 광고판이 보인다. ‘공무원 사관학교 에듀필’. 각종 공무원 시험 대비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의 광고였다.
 
지극히 단순하게도 ‘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나는 입술을 잘게 씹었다. 입안이 조금 썼다.
 
손에 쥔 휴대 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나는 무심하게 발신인을 확인하고, 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네, 과장님.”
지율 씨. 나 어제 연차여서 이제 소식 듣고 전화해. 
“아…. 네. 그러게요. 과장님한테 인사를 못 드렸네요.”
너무 아쉽다. 지율 씨랑 계속 일하고 싶었는데…. 본부 전체에 티오가 아예 안 나올 줄은 진짜 생각도 못 했다.
“네, 뭐…. 어쩔 수 없죠. 원래 살다보면 계획대로 안 되는 일이 많으니까….”
아이구, 중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네. 지율 씨 아직 어리고, 똘똘하니까 분명 더 좋은 회사에 자리 있을거야. 그냥 하는 소리 아니고. 일단은 그동안 고생 했으니까 좀 쉬고, 차근차근 이력서 넣어 봐.
“그래야죠.”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든지. 생각해 본 거 없어?
“사실 지금 터미널이에요. 집...에 오랜만에 다녀오려고요.”
아, 본가에? 지율 씨 본가가 어디랬더라? 
“아, 과장님, 저 지금 버스 타야할 것 같아서.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네.”

전화를 끊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린 내 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