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러지 같은

버러지 같은 년.

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설윤이 표인숙 여사에게 들은 말이었다.

썩을 년, 밥 빌어먹을 년, 몹쓸 년 등. 그동안 표 여사가 뱉었던 많고 많은 욕 중에 오늘은 왜 하필 버러지 같은 년, 그 말이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젯밤 벌레가 제 얼굴을 물었다며 동생 지윤이 난리를 쳤었다. 중요한 맞선 전날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하도 떽떽거렸던 통에, 버러지라는 말이 표 여사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왔을 수도 있었다.

버러지, 버러지.
설윤이 단어를 반복적으로 곱씹었다. 부정적인 뜻과 달리 입 안에서 발음이 부드럽게 흐르는 게 아이러니했다.

어쨌든 설윤에게는 그 말이 썩 부정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 단어를 떠올리면 불현듯 버러지라고 불렸던 한 사람이 생각이 나곤 했으니까.

그 모욕적인 언사를 매일 들으면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던 사람.

참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었다. 얼마나 마음이 단단하면 숱한 막말에도 저렇게 굳셀 수 있나. 아무런 상처도 되지 않는다는 듯 그 흔한 반격 한번 없이 저런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나.

잘살고 있으려나. 아직도 버러지 같은 놈, 그 말을 들으면서 살려나.

대한일보 사무실에 앉아 시답잖은 걱정을 하던 설윤은 가볍게 픽 웃고 말았다. 제 코가 석 자인 주제에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설윤 씨…….”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따라 설윤이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설윤의 옆자리에 앉은 선배 기자 배민주.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쥔 채 어기적어기적 걸어온 그녀가 힘겹게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 키보드 위에 얼굴을 묻은 민주가 힘겹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침부터 배탈이 났다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그녀의 얼굴빛이 퀭했다.

메모장이 띄워져 있던 민주의 모니터 화면에는 eee……, 글자가 빼곡하게 쓰여 내려가고 있었다.

“나…… 설윤 씨한테 부탁이 하나 있어.”

저런 몰골로 하는 부탁을 누가 안 들어줄 수 있으랴. 안쓰러운 마음에 설윤이 고개를 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