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전교 회장 재질에 빙의했습니다.
작가: 동백

프롤로그. 

인소를 읽었습니다.
그게 제 유일한 죄입니다.
하지만 저는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습니다. 국어 시간에 읽었습니다.

“쭌!”
“희준.”
“쭈나.”

가벼운 원작 소설의 아방수는 제 이름을 정정해도 들어주질 않고, 이 원작 소설의 키워드만 떠올리면 숨이 꼴까닥 넘어갈 지경입니다.

#피폐 #고수위 #굴림수 #도망수 #모럴리스 #아방수 #계략공 #집착공 #다공일수 #쓰레기공.

이 원작 소설의 제목은 ‘도망치지 못하면 죽는다’입니다. 무슨 이런 범죄자 소설이 다 있나요…!

가장 원망스러운 것은, 이 원작 아방수가 제 옆집에 사는 본래 이 몸의 주인과 절친이라는 사실과. 제 성격이 가여운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오지랖끼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더 끔찍한 사실은…….

이곳이 오메가버스 속 소설이라는 것.

그리고 저는 그 사실을 아주 늦게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곳에서 저, 탈출 가능할까요?

오메가버스의 ‘오’자도 모르는 제가, 이곳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본편

인소를 읽었습니다. 그게 제 유일한 죄입니다.
하지만 저는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습니다. 국어 시간에 읽었습니다.
왕을 향해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정철의 가사를 배우는 것은 죽을 맛이었단 말입니다.
졸면 용서하지 않는 선생님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정철의 가사보단 덜 괴롭지만, 유치해서 괴로운 건 마찬가지인 인소를 보았던 제 심정을 제발 정상참작 해주셔서, 절 탈출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쭌!”
“희준.”
“쭈나.”
“희준!”
“쭈우나!”
“…그래.”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학교도 안 나오고…….”
한껏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천희준의 등을 문지르는 듯했다. 벽을 보고 돌아누워있던 희준이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침대 옆에 주저앉아 엎드려서 그를 부르던 친구 준우가 그대로 희준을 올려다보았다.
“주나. 너 진짜 이상해.”
“준우야.”
“응!”
준우가 고개를 마구 끄덕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