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그만두려면 세계 종언을 막으라는 데요]

1. 또 다른 시작 점-오, X발. 맙소사 신이시여!

“이 근본도 없는 계집년이 어딜 감히 우리 집안 망신을 시키려고! 어디 함부로 몸을 굴리고 다녀!”

날카롭게 비수가 되어 가슴을 꿰뚫는 폭언.

그러나 자신은 옆집 개가 짓는 소리 마냥 별 감흥 없이 미지근한 찻잔을 들이켰다.

이 집에 올 때 마다 골백번은 더 들어서 신물이 나다 못해 이젠 별 생각이 없어졌달까.

그나저나 오늘 귀한 손님들 모셔놓고 저래도 되는 건가, 집안 망신은 저 가짜 고모가 다 시키고 있는 것 같은데.

쨍그랑-

또 꽃병이라도 던졌는지 사납게 깨지는 소리가 응접실까지 들려왔다.

케이사르는 힐끔 먼 거리에 자리 잡은 두 남자를 쳐다봤다.

금발과 갈색 머리의 남자 둘은 다과실에서 치정 싸움을 하던 머리채를 쥐어 뜯던 별 관심 없는 태도로 자신들만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저쪽도 만만치 않은 특이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슬슬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감히 여동생의 약혼자를 꼬셔? 이 불여우 같은 계집! 네 어미랑 아주 판박이구나? 어디서 이런 미천한 년이 우리 가문에 들어왔는지!”

다과실로 들어가니 바락바락 악을 쓰며 삿대질을 하는 중년 부인의 모습이 보였다.

때린다고 다 맞고 있는 마른 여인과 식은 땀을 흘리며 눈을 한 곳에 두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남자,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안절부절 못하는 여자까지.

헤스티아 후작가와 그리 멀지 않은 방계 직속 가문의 안주인 바네사 남작 부인.

사정이 있어 몇 년간 의탁하고 있는 남작가 안주인의 성정은 인정하지 못한 자에겐 저다지도 포악스러웠다. 

남작 부인의 손이 다시금 허공을 향해 들어 올려졌고.

찰싹! 

결국 부인의 매서운 손찌검이 바네사의 장녀이자 사생아인 안나의 뺨에 내리 꽂혔다. 

얼마나 맞았는지 뺨이 퉁퉁 부어오르다 못해 보랏빛이 되어 곧 피가 배어 나올 정도였다.

“부인, 이쯤에서 그만 하는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