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亂)

“씨발. 여길 어디라고.”
“상주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면 쓰나.”

 아버지의 영정사진이 걸려있는 장례식장 안, 검은색 저고리와 치마를 갖춰 입은 난의 입꼬리가 비뚤게 올라갔다. 백구, 식구파 넘버2. 제 아비를 칼로 난도질해 죽이라 사주한 장본인. 
 역시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인 건지. 제가 죽인 사람의 사진이 버젓이 걸려있는 장례식장을 찾은 백구의 찢어진 눈이 보란 듯이 휘어졌다.

“된장 발라 팔팔 끓이기 전에 당장 꺼지세요.”
“진정해라, 김 난. 네 밑으로 딸린 애들이 육십 명?”

백구는 헝클어진 난의 머리를 가만 들여다보았다.

“다 찾아는 왔고?”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몰려와도, 정승이 죽으면 파리만 날리는 법. 그 쓸쓸한 장례식장, 여자의 몸으로 상주가 된 난의 가슴이 저릿했다.

아비를 죽인 자가 누군지 안다. 온몸에 자상을 입어 피 칠갑이 된 아버지 김의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럼에도 눈앞에 있는 그자를 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직의 두목인 아비가 본인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조직원들의 목숨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식구파 넘버3, 영정사진의 주인공 김의신의 무남독녀 외동딸 난. 그녀는 백구를 바라보던 눈에 뻘겋게 핏발이 서고 있음에도 눈꺼풀조차 깜빡이지 않고 50대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런 난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맞선 백구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러게. 내가 상주 한다고 했을 때 완장 넘겨줬으면 지금쯤.”

퉤.

난은 저의 팔에 감겨있는 완장을 툭툭 건들며 비아냥거리는 백구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악마 새끼야. 네가 한 짓 똑같이 당해 젓갈 담겨 뒈져버려라.”
“미친년.”

형님. 하며 다가온 백구의 수하가 얼른 손수건으로 그의 왼쪽 뺨에 질척하게 흘러내린 난의 침을 닦아냈다. 입가를 소매 춤으로 거칠게 훔친 난이 볼 일 다 봤으면 나가라는 뜻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백구는 가소롭다는 듯 웃음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조만간, 감금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