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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03호 버거맨
[<배달의 왕국 라이더> 라이더님이 계신 곳 근처에서 주문이 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가게 주소지: 버거맨 용산점 배달 주소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92, 한광 오피스텔A동2703호]
‘왔다.’ 
한참동안 <배달의 왕국 라이더> 어플의 알림만 기다리던 달리였다. 정확히 밤11시, 예상대로 똑같은 배달이었다. 
벌써 며칠 연속으로 같은 시간, 같은 주소지에 같은 메뉴를 배달하는 거지만 오늘의 마음가짐은 좀 달랐다.
입을 꾹 다문 달리는 입고 있던옷을 하나씩 벗었다. 브래지어는 물론, 입고 있던 팬티까지 전부. 
그렇게 완연한 나신이 된 그녀는두 시간 전 부터 옷장에서 꺼내 두었던 트렌치 코트를 몸에 걸쳤다. 아주 결연한 표정으로 허리끈까지 졸라 묶었다. 
“넌 엄청난 년이야, 정달리. 예쁘고 섹시하고 멋져. 자신감을 가져.”
거울 앞에서 자기 암시를 마지막으로달리는 집을 나섰다. 아무것도 입은 게 없더라도 한여름에 트렌치코트를 입는 건 미친 짓인 것 같다. 건물 밖에 나서면서는 찜통더위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입지 않은 이 속이중요한 거다. 게다가 여기엔 모두 깊은 뜻이 있었다. 
오늘만큼은 반드시 배원우를 꼬셔서제대로 자빠뜨리리라, 결심했기 때문이다.
 
***
 
정달리, 33세, 영국에서 명문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화가로 살던 그녀는 현재 인생 최대의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3년 동안이나.
“나 결혼해. 달리야.”
10년을 사귀었던 애인, 김윤재의 한 마디로 긴 슬럼프의 시작 신호가 떨어졌다.
“상대는 유현그룹 차녀고, 식은 내년에 하자 더라. 서로 애인 같은 건 눈 감아 주기로 했어. 나만큼 그 쪽도 이 결혼으로 얻을 게 많거든.”
“…”
“그러니 우리는 괜찮을 테지만, 너 한테 미리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네가 어떻게 그래? 네가 어떻게 나한테...”
달리는 기가 차다 못해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살면서 이정도의 분노와 배신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