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침묵에 질식할 것 같은 밤이었다.

공주님의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며 쌕쌕 들리던 숨소리도 멎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의 품에 안겨 죽었는데도 덤덤한 당주님 앞에서 그 누구도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누군가는 소리 없는 울음을 억지로 삼켰고, 누군가는 혼이 나가서 눈물만 주룩 흘려대며 각자의 방식으로 절망을
맞이했다.

인간들이라면 의연한 당주님을 보고 매정하다며 손가락질하겠지만 우리 호랑이 수인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반응이었다.

산 중에서도 가장 높다는 백운산 그 정상에 있는 호선당은 원래 이런 곳이었다.

항상 긴장해야 하고, 언제 전투가 일어날지 모르고, 탄생보다는 죽음이 익숙한 곳.

당주님의 인간 신부, 그러니까 공주님이 오시고 잠시 평화에 취했을 뿐 절망은 원래 우리의 것이었다.

덤덤한 당주님이지만 공주님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는 10년을 곁에서 모신 나, 유연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분의 동향을 더 주의 깊게 살폈지만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공주님의 시신을 안아 매일 몸을 닦고, 평소처럼 미소 지으며 다정한 말을 건네실 뿐이었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의 삶을 그리워했던 공주님을 위해서 마지막은 인간의 방식대로 삼일장을 치르실 거라고만 생각했다.

삼 일째 밤, 당주님이 걱정되어서 갑자기 찾아가지 않았다면 끝까지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나는 너를 혼자 두지 않아.”

당주님은 가슴에서 은장도를 꺼내고 익숙한 듯 손바닥을 그어 공주님에게 피를 먹이셨다.

호랑이의 피를 먹이는 이유는 딱 하나다.

인간에게 호랑이의 힘을 주기 위해.

100일 동안 호랑이의 피를 마시면 죽은 인간도 살아날 정도의 힘을 얻는다는 전설은 호랑이 일족이 평생 감내해야 하는 저주이기도 했다.

그 옛날, 선조들이 수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형상도 제어하지 못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형상을 제어하지 못하는 수인의 삶은 대체로 불행하다.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춥고 위험한 산에서 인간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