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16살, 전쟁

나는 소설이 아니라 문제집을 몇 권 샀다.
집에 있는 문제집을 거의 다 풀어갔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재현과 같은 과외 선생님한테서 과외도 받기 시작해서 공부에 조금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 탓도 있었다.
마재현처럼 빡빡하게 살 생각은 없었지만 마재희처럼 헐렁하게 살 생각도 없었다.
나는 엄마처럼 남에게 기생해서 살고 싶지도 않았다. 내 발로 딛고 남들처럼 평범한 모습으로 내 삶을 꾸려나갈 생각이었다.
세상에서 평범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평범은 그 무엇보다 특별하다.
다들 평범한 삶이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하는 이유는 다들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특별하다고 말하면 얻기 어려운 것 같으니까. 사실 얻기 어려운 것이 맞는데도.
그 평범한 삶이라고 일컬어지는 삶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삶의 형태인 것이 분명했다. 

마재희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책을 고르는 내 옆에서 가끔 짧아진 내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면서 손장난을 툭툭 쳤고 내가 고른 문제집을 가져가서 팔락거리며 내용을 구경했다.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가끔 재희를 흘끗거렸다.
키가 큰데다 얼굴이 잘생겨서 연예인인가 싶었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재희는 그런 시선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괜히 내가 더 의식이 되고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문제집을 조금 빠르게 골랐다.

“야. 나 다 골랐어.”

“그래? 그럼 갈까?”

“넌 살 거 없어?”

“응.”

재희는 내가 계산하기도 전에 카드를 내밀어 계산을 끝냈다.
나도 얘도 용돈을 받는 처지라서 조금 뻘쭘했다. 사주는 건 좀 부담스러운데.

“까페 가서 뭐 마실래? 내가 살게.”

내 말에 재희는 문제집이 든 종이 가방을 가져가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돈을 쓰던 별 상관이 없는 모습이었다. 따지고 보자면 내가 받은 용돈은 마재희 아버지의 돈이기는 했다. 설마 그런 생각을 하진 않겠지. 나는 애써 생각을 지우고는 걸음을 옮겼다.

카라멜 마키야토. 
마재희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