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나는 감기에 걸렸다.
온몸에 열이 너무 올라서 꼼짝할 수 없었다. 힘이 하나도 없었다. 

재희는 내 이마의 물수건을 갈아주고 목 끝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약을 먹여주고 가끔 체온계로 온도를 재면서 나를 보살폈다.

눈을 뜨면 보이는 재희의 손.
흉터 하나 없이 곧고 긴 손에는 이제 밴드가 몇 개 붙어 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 밴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재희야.”

“응.”

재희가 내 뺨을 감싸 안는다.

“나 아파.”

그 말에 재희의 눈이 내 얼굴을 천천히 훑는다. 그 연한 갈색 눈동자가 흔들린다.
후회로 가득 찬 눈이 느리게 감겼다가 천천히 다시 뜬다. 
재희가 내 뺨을 감싼 손이 아닌 다른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린다. 
무언가를 생각한다. 꽤 오래. 
입술을 깨물고 혀로 입술을 쓸고. 

“재희야. 미안하다고 해.”

그래서 고통스러워 보이는 재희에게 나는 정답을 알려주었다.

재희는 그 후로도 계속 손가락으로 내 뺨을 쓸기만 했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생각하는 표정이다. 곧 울 것 같았다.
재희가 저런 표정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참을 바닥만 보고 있던 재희가 시선을 든다. 눈이 마주친다.

“미안해, 이솔아. 미안해.”

나는 그 말에 그제야 눈을 감고 다시 잠이 들었다.

나는 꼬박 며칠을 앓아누웠다.
결국 병원에 가서 링거까지 맞았다. 입원을 했다.
나는 오래 잠을 잤다. 꿈을 많이 꿨다. 대부분은 그날이었다.
마귀가 내 몸을 더듬은 날.
요한이 마귀를 죽이고 마귀의 피를 마시고, 나는. 나는.
성경 속에 나오는 유다처럼 그런 요한이만 두고 요한이를 배신하고 도망간다.

나는 성경에서 딱 요한복음만 읽었다.
요한복음에는 배신자가 나온다. 유다.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한다. 그래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서 돌아가신다.

배신자 유다.
유다가 배신해서. 배신해서.

배신자. 배신자 유이솔.

요한이가 너를 구하고 마귀의 피를 마시는 동안 너는 뭐했어?

